(행복동산 칼럼 316호) 2016. 1. 10
자신만만은 미성숙입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어떤 일에 그토록 자신만만했던 나의 모습이 부끄러워질 때가 가끔 있습니다. 내가 그렇게 자신만만했고 그걸 못하는 다른 사람이 우습게 보였던 것이 결국은 내가 그 상황이 되어 보지 못했기 때문인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신앙의 문제도 보통 싱글일 때 가장 뜨겁습니다. 그 때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것 같고, 선교사 헌신도 가장 많고, 그래서 헌신이 지지부진한 기성세대를 보면서 어쩌면 저러냐고 우습게 여기지만, 배우자가 생기면 상황이 달라지고, 거기에 자녀가 생기면 완전히 다른 얘기가 되는 것을 느낀다고들 합니다.
그것은 신앙을 떠나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결혼을 안 한 사람은 아직 철이 안든 어린 아이와 같다는 옛말이 있는데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인생에 자신감이 넘치고, 도도한 사람도 사실은 결혼을 해 보지 않았기 때문이기 쉽습니다. 결혼해서 책임이 커지고 삶이 구속되는 변수가 많아지면서, 그에 따르는 여러 가지 고충을 느낄 때, 인생은 완전히 다른 얘기가 될 수 있지요. 또 부부가 둘이서만 그림처럼 살면서 나는 남들에게 아쉬운 소리 안 하고 산다고 자신 있어 하는 사람도, 아직 자식을 낳아 키워보지 않았기 때문일 가능성이 많습니다.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자식 때문에 남들 앞에서 죄인이 되고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는 단계에 갈 때, 비로소 내가 교만했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또 저와 같이 비교적 쉬운 딸 하나 아들하나만 키워 본 사람은 사실 아직 자녀교육에 대해서 큰 소리 칠 자격이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정말 말썽피우는 아들 딸을 키우는 사람들의 세상을 또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보면 세상을 살아 갈수록 내가 과연 뭐에 자신만만해 할 수 있을까 싶고, 결국 어떤 것에 대한 자신만만은 아직 세상을 모르는 미성숙의 표징이라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따라서 남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보면서 한심한 생각이 들고 “어쩌면 저럴 수가 있는가?” 하고 흥분이 된다면 그건 아직 내가 미성숙하다는 증거일지 모릅니다. 그에 비해 성숙한 사람은 하나님이 나에게 복을 주셔서 그런 상황에 접하지 않도록 보호하셨으니 망정이지 나도 그런 상황이었다면 충분히 그랬을지 모른다 에서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크리스천은 반사체가 되지 말고 흡수체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예를들어, 어떤 소문이 돌 때 그것을 가십거리로 삼고 불려서 다시 남에게 전하거나 하지 않고 잠잠할 수 있는 것은 누구도 그 일에 대해서 자신만만할 수 없고,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면 나도 예외일 수 없다는 것을 아는 성숙함이 있을 때 가능한 것 같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남을 판단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마7:1-5) 우리가 남을 판단할 때 결국 그 판단의 잣대로 우리가 하나님께 판단을 받을 것이라고 하신 이유는 하나님 앞에서 우리가 받는 판단의 대상은 바깥으로 들어나 있는 모습이 아니라 우리의 속생각과 동기들일 것이고, 그렇게 본다면 하나님 앞에서 무결점인 사람이 아무도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따라서 신앙의 연륜이 더 해 갈수록 느끼는 것은 우리가 자신 할 수 있는 단 한 가지는 우리의 악한 생각과 동기를 가려주시고 아름답게 살 수 있도록 보호해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구하고 그것에 감사해야 한다는 것, 그것 밖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
자연스런 영성, 생활화된 헌신 +shalom 신규갑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