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의 생각의자 542호> 2020. 5. 10
자신의 부족함을 아는 성숙함이 아쉽습니다
(국제가사원장 이수관 목사님의 칼럼을 옮겨 봅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어떤 일에 그토록 자신만만했던 나의 모습이 부끄러워질 때가 가끔 있습니다. 내가 그렇게 자신만만했고 그걸 못하는 다른 사람이 우습게 보였던 것이 결국은 내가 그 상황이 되어 보지 못했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는 것을 깨닫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신앙의 문제도 보통 싱글일 때 가장 뜨겁습니다. 그 때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것 같고, 선교사 헌신도 가장 많고, 그래서 헌신이 지지부진한 기성세대를 보면서 어떻게 저럴 수 있냐고 우습게 여기지만, 본인이 배우자가 생기고 자녀가 생기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나면 그제야 본인이 교만했었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물론 그것도 교만했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으면 은혜지요.
세상의 모든 것이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결혼을 안 한 사람은 아직 철이 안든 사람이라는 옛 사람들의 얘기가 있는데 정말 그렇습니다. 인생에 자신감이 넘치고, 도도한 사람도 사실은 결혼을 해 보지 않았기 때문이기가 쉽습니다. 일단 결혼해서 책임이 커지고 삶이 구속되는 변수가 많아지면, 인생은 자기가 자신감을 느낄 때와는 전혀 상황이 될 수 있지요. 또 부부가 둘이서만 그림처럼 살면서 남들에게 아쉬운 소리 안 하고 산다고 자신 있어 하는 사람도, 사실은 아직 자식을 낳아 키워보지 않았기 때문일 가능성이 많습니다.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자식 때문에 남들 앞에서 죄인이 되고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는 단계에 갈 때, 비로소 내가 교만했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또 저와 같이 비교적 말 잘 듣는 쉬운 딸 하나씩 키워 본 사람은 사실 여러 명의 자녀를 둔 분들에 비해 자녀교육에 대해서 큰 소리 칠 자격이 없는 사람일 것입니다. 왜냐하면 정말 에너지가 넘치고 어디에 가든지 말썽과 사고가 따라 다니는 아들을 둘 셋 키우는 사람들이 얼마나 힘든지, 그들의 세상을 또 모르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을 보면서 게으르다고 판단하고 할 일을 딱딱 못해낸다고 한심하게 생각하는, 모든 일에 철두철미한 사람도 건강을 잃어 보면, 몸이 힘든 상태에서는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걸 알게 되면서 자기가 얼마나 교만했었는지를 느끼게 됩니다. 그렇게 본다면 세상을 살아가면서 내가 과연 무엇에 자신만만해 할 수 있을까 싶고, 결국 어떤 것에 대한 자신만만은 아직 세상을 모르는 미성숙의 표징일지 모른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요즈음 인터넷을 보면 자신만만한 사람들로 넘쳐나는 것 같습니다. 유튜브에서부터 시작해서 기사에 댓글을 쓰는 사람까지 정치, 경제, 스포츠, 어디든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을 향해 돌을 던지기에 바쁩니다. 얘기를 들어보면 본인들은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태도로 한심해 하고 답답해하는 것이 묻어납니다. 우리 사회가 자신만만한 사람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미성숙하다는 증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미성숙함은 교회에서도, 우리의 모습에서도 자주 발견되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서 가정교회 세미나에 신학생들이나 전도사님들이 참석하면 썩 감동을 받지 못합니다. 본인은 너무나 목회에 대해 자신이 있고, 자신이 그리고 있는 그림이 있기 때문에 가정교회의 모든 장점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다 목회현장에서 어려움을 겪어보고, 사람이 변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고, 교회를 세워나간다는 것이 인간의 지혜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때, 비로소 내가 교만했다는 것을 느끼겠지요. 또, 우리가 어떤 목회자의 실수에 대한 얘기를 접할 때, 자기 관리를 제대로 못한 사람에 대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고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가?” “왜 그렇게 말씀하실까?” 하고 흥분이 된다면 그건 아직 내가 미성숙하다는 증거일지 모릅니다. 사실 하나님이 우리에게 복을 주셔서 그런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보호하셨으니 망정이지, 나도 그런 상황이었다면 충분히 그랬을지 모른다라고 생각할 줄 아는 것이 성숙함의 시작인 것 같습니다. 목회의 현장에서도 가끔 교회 안에서 안 좋은 소문이 돌 때, 어떤 오해에서 발생된 일들이 생길 때, 그것을 가십거리로 만들지 않고, 잠잠할 수 있는 성도의 성숙함이 아쉽다는 생각이 들 때가 가끔 있습니다. 그 역시도 소문을 가십거리로 삼아 불리고, 남에게 전하거나 하지 않고 잠잠할 수 있는 것은 누구도 그 일에 대해서 자신만만할 수 없고,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면 나도 예외일 수 없다는 것을 아는 성숙함이 있을 때 가능한 것 같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남을 판단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마7:1-5) 우리가 남을 판단할 때 결국 그 판단의 잣대로 우리가 하나님께 판단을 받을 것이라고 하신 이유는 하나님 앞에서 우리가 받는 판단의 대상은 바깥으로 드러나 있는 모습이 아니라 우리의 속생각과 동기들일 것이고, 그렇게 본다면 하나님 앞에서 무결점인 사람이 아무도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신앙의 연륜이 더 해 갈수록 느끼는 것들 가운데 우리가 자신 할 수 있는 단 한 가지는 우리의 악한 생각과 동기를 가려주시고 아름답게 살 수 있도록 보호해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구하고 그것에 감사해야 한다는 것, 그것 밖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
자연스런 영성, 생활화된 헌신 +shalom 신규갑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