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동산 칼럼 307호) 2015. 11.8
거룩한 시간 낭비
저는 설교를 준비하는데 비교적 시간을 많이 투자하는 편입니다. 설교하는 본문을 연구할 때도 다른 참고 서적을 많이 읽는 등, 시간을 많이 쓰고, 또 설교문을 작성하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이런 습관이 평소에는 별 문제가 없는데, 컨퍼런스를 참석한다던지, 세미나가 있다던지 해서 특별한 일정으로 움직일 때는 저를 긴장시킬 때가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서 지난주간 목회자 컨퍼런스의 경우는 화요일부터 시작해서 목요일까지 일정이 너무 타이트하게 진행되기에 노트북과 설교자료를 가지고 갔음에도 불구하고 중간에 거의 짬이 없고, 또한 삶공부가 매 학기마다 4개 정도 진행되다보니설교준비를 미리 할 수는 없는 실정입니다.
그런데 막상 담임목사가 되어 닥쳐보니 방법이 없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모임이나 집회가 없는 기간 중에는 새벽기도후 8시까지 묵상을 마치고 난 후에 모임 전에 두세 시간 가량이 생기고, 그렇게 매일 두세 시간씩 4일과 금요일 저녁과 토요일 저녁이면 설교 준비가 대충 되더라는 것입니다. 그 시간은 아무에게도 방해를 받지 않고, 오로지 집중된 마음으로 설교준비를 하니 평소보다 훨씬 짧은 시간에 설교 준비를 끝낼 수 있었습니다. 결국 저는 새벽의 그 시간이 저에게는 가장 효율적으로 설교를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라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러나 컨퍼런스(세미나)나 지역모임, 혹은 선교회나 노회 관련 미팅이 있는 날에는 주로 이른 아침시간에 모이기 때문에 그나마 그런 시간을 희생해야 하는 것이죠.
그 때 저는 ‘나에게 가장 생산적인 시간을 나는 가장 비 생산적인 일에 쓰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차라리 그 시간에 일을 하고 기도 시간을 다른 시간대로, 예를 들어서 가장 효율이 떨어지는 오후 시간대로 옮기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이라는 유혹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가운데서 발견한 것이 그래서 기도는 우리가 드리는 희생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즉 새벽 기도는 가장 생산성이 좋은 시간을 가장 비생산적인 일에 쓰는 시간낭비, 즉 하나님을 위한 거룩한 시간낭비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분은 혹시 주일 예배에 참석하고 시간을 낭비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혹시 없으십니까? 예배 중 행사가 별로였고, 설교도 나에게 도움이 안 되었을 때 시간 낭비했다는 느낌을 받으십니까? 그런데 사실은 주일예배 자체가 시간 낭비입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일주일 중에 하루 주어지는 휴식의 일요일. 마음 놓고 잠을 잘 수도 있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그 귀중한 시간에 교회에 와서 시간낭비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하나님이 우리에게 어떤 분인가를 알 때, 그것은 단순한 시간 낭비가 아닌 바로 거룩하고 고귀한 기꺼이 내어드리는 시간 낭비가 되는 것입니다. 어느 시간대에 예배를 참석하고 교회를 떠나야 내가 하루를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가를 궁리한다면 그건 정말 슬픈 일이지 싶습니다. 내 모든 것을 드려도 아깝지 않은 소중한 분, 하늘 영광을 버리고 나를 위해서 모든 희생을 감수하신 그 분을 예배하기 위해서, 그 분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나에게 가장 효율적인 시간을 기꺼이 기쁨으로 내어 드릴 수 있다면 그것이 우리가 드릴 수 있는 그 분을 위한 작은 희생이 되는 것이고, 그것이 바로 거룩한 시간낭비가 되는 것입니다. 39차 특새나 성경통독, 삶공부, 금요일 목장에 참여하는 것 등등은 결국 하나님 앞에서 내 자신을 위해 사용하는 거룩한 낭비인 것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자연스런 영성, 생활화된 헌신 +shalom 신규갑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