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의 생각의자 764호> 2024. 8. 18.
“목장 시스템보다 토양이 더 중요합니다”
(2017년 4월, 당시 국제가사원장이셨던 최영기 목사님의 칼럼입니다)
지난번 칼럼에서 가정교회로의 전환에 성공하려면 토양을 만드는 작업에 성공해야 한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리고 그 토양작업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교회의 분위기를 밝고 신나고 웃음이 많은 행복한 분위기로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것에 이어 오늘은 토양작업 가운데 또 하나의 중요한 부분에 대해서 생각을 나누어 볼까 싶습니다.
가정교회에 중요한 부분은 역시 뭐니 뭐니 해도 VIP를 모시는 것입니다. VIP가 와야 목장 모임에 활력이 생기고, 아무리 힘든 VIP라 할지라도 그런 VIP를 섬기다가 하나님의 마음도 깨닫게 되고 상처를 받으면서 크리스천으로의 야성도 생기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기존 성도님들에게 이렇게 VIP를 초대하고 섬기는 것이 가능하려면 인식의 변화뿐 아니라 이런 것이 습관이 되어야 하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입니다. 따라서 이 과정을 교회가 도와주는 것이 중요한 토양작업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런데 가정교회로 전환하는 과정을 보면 이 부분이 좀 약한 것 같습니다.
가정교회로 전환하는 교회의 예를 한번 들어 보겠습니다. 어떤 목사님이 목회에 한계를 느끼고 고민하다가 어떤 경로를 통해서 가정교회를 알게 됩니다. 그리고 세미나에 와서 가정교회를 배우고 전환 과정에 관하여 배운 후 돌아가서 가정교회를 하자고 설득하고, 성도님들을 평신도 세미나에 참석시키고, 시범목장을 해 본 후, 어느 시기가 되면 구역 체제를 목장으로 바꾼 후, 매주 모이라고 하고, 목자들에게 섬기라고 주문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하면, 아무리 목사님이 가정교회의 정신에 대해서 가르쳤다고 해도, 또 성도님들이 평신도 세미나를 다녀왔다고 해도 가정교회 정신이 몸에 배지 않았기 때문에 성도님들은 왜 그래야 하는지, 마음에 와 닿지 않습니다. 다만 목사님이 하자고 하니까 어쩔 수 없이 따라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게 시작해서 3년을 하다보면 지치게 되고 못하겠다는 말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평신도 세미나에 가서 은혜를 받은 분들은 조금 낫겠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므로 목장 체제로 전환하기 전에 먼저 가정교회의 정신이 교회 전체에 충만하게 배는 과정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서 영혼구원의 정신이 교회의 전반적인 문화가 되고, 또 담임목사님의 관심과 행동을 포함해서 교회의 모든 방향이 영혼구원으로 향해 있기 전에는 아무리 목장으로 바꾸어도 성도님들은 전도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 정신이 없는 상태에서 매주 모이라고 하고 밥을 먹으라고 하니까 이해를 할 수가 없고, 왜 해야 하는지 마음에 안와 닿는 것입니다.
따라서 방법은 성급하게 목장체제로 편성하는 것보다는 현재 있는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더라도 담임목사님이 먼저 교회 안에서 가정교회의 정신을 구현해 가는 것이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현재 상태 안에서 세 축과 네 기둥의 정신을 가르치고, 스스로 실천하며, 교회 안에서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연말에 찬양제가 전통인 교회라면 "교회의 존재목적이 영혼구원인데, 우리는 영혼구원과 관계가 없는 찬양제를 해 왔으니 이제부터는 찬양제에 VIP를 초대해 보자. 그러려면 어떻게 하면 되겠는가?"하고 의문을 제기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담당자들이 고민하게 만들고, 그래서 "찬양을 VIP들이 좋아할 수 있는 곡으로 선정하고, 세상 곡도 좀 넣고 해서 VIP 초청 음악제로 성격을 바꾸어 보자."라고 하는 것입니다.
구역을 예를 들어 본다면, "교회의 존재목적이 영혼구원인데, 구역도 영혼구원하는 방향으로 바꾸어 보자. 어떻게 하면 되겠나?"하고 고민하게 하고, "구역에 VIP를 초대하는 것으로 하자. 그러려면 기도 모임보다는 삶을 나누는 것이 좋겠고, 밥을 먹는 것이 좋겠다." 이런 식으로. 꼭 매주 모이라고 할 필요 없지 않겠습니까? 그냥 지금 있는 구역에서 영혼구원의 정신이 생기게끔 방향을 전환하는 것입니다.
또 "VIP를 교회로 데리고 오려면, VIP가 적응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하니까, 교회의 이런 부분은 바꾸자." "또 예배에서 VIP가 불편해 할 만한 이런 것들은 없애든지 이렇게 바꾸겠다." "설교의 스타일도 VIP를 생각해서 이렇게 바꾸겠다." 이런 식으로 목사님 스스로가 지속적으로 영혼구원과 관계가 없는 행사는 방향을 바꾸고, 예산을 짤 때도 영혼구원에 우선순위를 두고, 기존에 해 오던 것들을 바꾸어 가면 천천히 성도님들도 영혼구원에 대한 정신이 이해가 되기 시작하고, 몸에 배이기 시작할 것입니다.
영혼구원 뿐아니라, 그런 식으로 현재의 상황에서 세 축과 네 기둥의 정신을 목사님이 실천하고 그것을 위해서 교회의 정책을 바꾸어 가고 문화를 만들어 가면 성도님들도 "아! 우리 목사님이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 추구하시는 방향을 알겠다."고 느끼고 그런 방향으로 관심이 쏠릴 것입니다. 어쩌면 그때쯤이면 기존의 구역을 통해서도 VIP가 교회를 오는 일이 생길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영혼구원이 교회의 문화가 되고, 목양을 포함한 교회 사역은 원칙적으로 성도의 일이라는 것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때 쯤 되었을 때, '사실은 우리가 하려는 것을 잘 하는 교회들이 있다.'하면서 평신도 세미나를 보낸다면 이미 가정교회의 정신이 어느 정도 배어있기 때문에 전환의 과정이 어렵지 않고, 전환한 후에도 성도님들이 뭘 해야 하는지를 알 것입니다. 물론 교회의 문화를 만든다고 이 일에 시간을 무한정 보내라는 뜻은 아닙니다. 저는 일의 순서를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사실 가정교회는 목장을 통해서 가장 잘 구현되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목장 체계를 만든다고 가정교회 정신이 자동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휴스턴 서울교회에서 영혼구원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이유는 교인관리, 행정, 프로그램 등 교회의 모든 시스템이 그 방향으로 맞추어져 있고, 목장에서 VIP를 데리고 왔을 때, 그분들이 정착할 수 있도록 체계를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비해, 전환하는 교회들을 보면 행사도, 예배 스타일도, 교회의 정책 방향도, 변함없이 기존 틀을 유지하고 있으면서 목장만 전환시켜 놓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럴 경우 성도님들의 입장에서는 가정교회를 왜 해야 하는지 피부로 느끼기도 어렵고, 힘든 일이 있을 때도 혼자서 외롭게 뛰고 있는 것 같은 고립감을 느낄 것입니다.
그렇다면 결국 가정교회로 전환함에 있어서 가정교회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도 담임목사이고 가장 할 일이 많은 사람도 담임목사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 일은 뒤로하고, 일단 목장으로 전환하고 가정교회를 이해하고 있지 못한 성도들에게 먼저 해보라고 등을 떠미는 격이니 첫 단추가 잘못 꿰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듭니다. 가정교회로의 전환에 성공하려면 먼저 담임목사님이 그 실천을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25년 4월 평신도세미나 개최를 앞두고 초심을 회복하고 가정교회 정신이 무엇인지를 다시금 붙들고자 계속해서 오래된 최영기 목사님의 칼럼을 숙지하고 있습니다. 칼럼을 읽으면서 이 칼럼이 2011년 즈금에 나왔더라면 시행착오를 겪지 않았을텐데.. 라는 아쉬움과 함께 13년차를 지나고 있는 우리 교회의 가정교회 현주소를 다시금 보게 됩니다. 우리도 처음엔 가정교회 전환이란게 쉽지는 않았습니다. 당시에는 D12(디 트웰브)라는 부산 풍성한교회 제자훈련 시스템을 신나게 적용하고 있었던 터였고, 가정교회로 갈아 타겠다고 했을때에 사실 적지않은 반대가 있었던 것도 사실인데, 우선은 셀리더들에게 1년간 평신도세미나를 다녀오고 난 후에 동의가 되어지면 시작하고 그렇지 않으면 하지 않겠다고 말씀을 드렸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가 2010년 이었고, 당시 30개 남짓한 셀그룹을 1년뒤 2011년 3월에 통합하여 우선은 남성 안수집사님들을 중심으로 목자로 세우고 10개 목장으로 시작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습니다. 지난 13년간의 애로사항을 말하자면 지면이 모자를 정도로 험악한 세월(?)은 아니라 할지라도 초창기에 ‘돌다리로 두들기면 간다’는 심정이었기에 돌이켜보면 뭔가 확신과 함께 확실하게 제 손에 쥐어져야 움직이는 성격이었던 담목인 제 자신도 좌충우돌 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지금의 초원지기 부부를 중심으로 10년차 전후로 사역을 하고 있는 현재의 목자목녀님들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지금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것입니다. 아무리 담목이 강한 리더쉽으로 핸들링을 해도 교회 지도자들이 담목을 신뢰하지 못하고 동의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목사님 칼럼을 읽으면서 그리고 칼럼에 대한 후기를 달면서 먼저는 담목인 제 자신을 돌아보며 신약교회 정신을 붙들고 말과 삶이 일치된 삶을 살아야겠다는 결단과 함께 우리 교회 초원지기를 비롯한 평신도 지도자들에게 너무너무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토요일 저녁, 행정부에서 주보 출력이 끝났다는 문자와 함께 한분 한분 기도하면서 교회주보를 넣을 때마다 주일에 건강한 모습으로 뵙기를 소망하며 기도하며 축복하게 됩니다. 생각할수록 한분 한분이 너무나도 고마운 분들입니다. 우리는 예수님 안에서 가족이상의 가족인 천국 가족입니다)
본질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일치를,
비본질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관용을,
모든 일에 사랑을!
자연스런 영성, 생활화된 헌신 +shalom 신규갑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