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의 생각의자> 612호
아버지 장례식을 마치고
아버지 장례식을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잘 마쳤습니다. 수도권은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여서 가능하면 가족 중심으로 장례를 치르려고 했는데, 장례식장이 있는 전북대학병원은 그나마 3단계 상황이라서, 조문상황이 조금은 여유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직접 오셔서 조문하시거나 예배에 참석할 마음이 있었지만, 거리두기 상황을 고려해서 오시지 못한 분들이 많이 계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직접 오셔서 조문해 주신 분들, 오시지 못하셨지만 따뜻한 위로의 마음을 전해 주신 분들, 그리고 아버지를 위해, 장례식을 위해 기도해 주신 분들 등등 모든 행복가족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아버지 장례식을 잘 마칠 수 있었고, 가족 모두에게 큰 위로와 힘이 되었습니다. 일일이 찾아 뵙거나 연락드려야 마땅하겠지만, 성도님들께 다시한번 칼럼으로 인사를 대신하는 점 널리 양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장례식에 갈 기회가 많은데, 장례 예배설교 또는 사회를 보는 경우가 많고, 단순히 조문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떤 경우든 유족들을 위로하는 입장이었는데, 이번에는 제가 유족의 입장에서 장례식을 치르게 되어, 유족들의 입장이나 그 마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유족들에게 전해주신 따뜻한 마음과 위로의 말 한 마디가 큰 힘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문자로 카톡으로도 보내주신 사랑의 문구들이 얼마나 위로가 되었는지 모릅니다.
저희 아버지는 생전에 마음이 여리고 순순하신 분이셔서 주변 형제들을 잘 섬기던 분이셨습니다. 먹고 살기 힘들 시절을 겪으면서 자기 형제들에게 배움과 살아갈수 있는 기회를 주었고 그 외 어려운 친족들을 살피면서 어떡하든 도움을 주시고자 애를 쓰셨습니다. 청소년 시절이 기억이 나는 것은 장남인 저를 데리고 다니시면서 당신에게 은혜를 베푼 분들에게는 명절 때에는 어김없이 잊지않고 작은 선물이라도 함께 나누셨습니다. 이렇게 이웃에 사는 분들과 늘 좋은 관계 속에서 지내셨는데, 정년퇴직 후에도 계속 연락을 주고 받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때때로 아버지께서 공직에 계실 때 은혜를 입었다면 아버지를 잊지 못하고 저희 집을 방문하신 분들이 많았습니다. 정년 이후에 사람을 곧잘 믿으셨던 아버지는 여러 지인들에게 많은 금전적인 손해를 보시면서도 그때마다 어머니의 성황에 “그분들에게도 무슨 사정이 있겠지” 하면서 스스로 당신을 책망하셨는데, 결국은 저희 다섯형제들이 마음을 모아 많은 부채를 갚기도 했습니다. 이번 장례식에 찾아와 그 당시를 기억하며 용서를 구하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이번 장례식 때 거리두기 연장에도 불구하고 많은 조문객들이 오셨고, 특히 멀리 일산에서 왕복 8시간 이상에도 불구하고 위로예배와 하관예배까지 달려온 성도님들은 저희 내외 뿐만아니라 장례식을 집례하던 목사님과 어머니와 형제들, 비신자인 매형들에게 큰 감동이 되었습니다. 아울러 장례가 마친뒤에 동생에게 받은 조문객 목록을 보면서 부의금을 많이 보내 주셔서 집안 사정과 상황을 알고 있는 담임목사로서는 마음이 울컥 하였습니다. 이러한 사랑과 더불어 또한 형제들의 조문객들도 매우 많아 장례식을 치르는데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아버님의 뜻을 따라 선산에 매장을 했는데, 이에 따른 비용이 많이 들었음에도 부족하지 않고 오히려 여유가 있었습니다. 장례를 마치고 형제들이 모여 정산을 하면서 조문객이 많이 온 형제도 있고 상대적으로 그렇지 않은 형제도 있는데, 그것과 무관하게 모두들 남은 장례비용은 어머니께서 건강하게 사시도록 어머니를 위한 비용으로 사용하자고 마음을 모아준 형제들도 감사하기만 합니다.
장례식 이후에 아직도 장남으로서 처리해야 할 일들이 있어 종종 고향에 내려가야 함에도 자주 어머니를 뵐수 있어 좋고, 누님들과도 모처럼 형제애가 깊어지는 것 같아 감사하기만 합니다. 마지막 아버지의 임종을 지켜보면서 ‘불효자에게 마지막 효도할 기회를 주시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당직의사가 아버지의 사망선고를 할 때 슬픔보다는 오히려 주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렸습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장모님, 작은 처형 등의 장례를 경험하면서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야 했던 상주로서 이번 장례식은 정말 든든한 행복가족들과 함께 만사합선으로 인도하시는 하나님을 경험하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언제나 누구나 그렇든 장례식때마다 보여주신 행복가족들의 따뜻한 마음을 가슴에 깊이 간직하겠습니다. 하나님 앞에서 행복가족들이 온전한 믿음 위에 세워질 수 있도록 더욱 열심히 목회에 임하겠습니다. 아버지 장례식을 은혜 가운데 잘 마치게 하신 주님께 영광을 올려 드리며, 우리 행복가족들에게도 다시한번 머리숙여 사랑과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자연스런 영성, 생활화된 헌신 +shalom 신규갑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