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이 안 계신 첫 번째 추석명절을 보내며
(4 바기오목장) 홍은미, 2019.9.15
안녕하세요 4교회 바기오목장을 섬기고 있는 홍은미목녀입니다. 추석명절을 보내며 지난 25년의 시간속에서 함께 했던 아버님의 빈 자리를 통해 무심코 지나쳤던 감사들을 떠올리며 받은 은혜를 간증할 수 있도록 허락하신 하나님 아버지께 감사드립니다.
언제나 명절을 앞두고 며느리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해봤을 명절증후군으로 특별한 증상은 없는데 몸이 무겁고 기운이 없으며 의욕조차 시들해지는 시간을 보내게 되는데 아버님이 하늘로 올라가신 후 첫 번째 명절을 며칠 앞두고 어김없이 찾아온 몸살은 예상하지 못했던 몸이 기억하고 있는 일상이었습니다. 아버님을 천국으로 환송한지 4개월이 지난 지금도 제 몸이 기억하는 일들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혹시 퇴근이 늦어지거나 개인적인 약속으로 늦은 시간에 집에 들어올 때면 무심코 4층 베란다에 불빛을 살피며 살금살금 계단을 오르거나, 번호키를 누를 때 소리가 나지 않도록 버튼을 눌러 뚜껑을 올리거나, 잠이 깨서 화장실을 다녀오다 지금은 범진이가 사용하는 아버님 방에 불이 켜 있으면 살그머니 문을 열어보거나, 시장을 볼 때 아버님이 즐겨 드시던 도시락 김을 집어들거나, 그렇게 25년 세월을 저의 모든 시간속에 계셨던 아버님은 아직도 이렇게 내 삶속에 내 몸의 기억속에 계십니다. 그럴때마다 많은 시간을 홀로 보내시며 많이 외로우셨을 아버님께 따뜻한 말 한마디 살가운 관심 한번 갖지 않고 더 잘 해드리지 못했던 제 자신이 너무 부끄러워집니다.
명절 전날이면 언제나 고기를 들고 들어오시며 슬그머니 식탁위에 올려놓고 아버님이 소일거리로 일을 봐주시며 함께 다니시던 분이 사주셨다고 어색한 웃음을 보이시던 아버님께 따뜻하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지 못했던 것 같아 죄송합니다. 조용히 “어멈아“ 부르시며 큰 돈은 아니지만 명절 준비하는 보태서 사용하라며 꾸낏꾸낏한 만원짜리 몇장 쥐어주시던 아버님께 ”됐어요“ 하며 공손히 감사하다고 말씀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명절 전날 밤이면 범진이 소희를 불러 만원씩 미리 챙겨주시던 아버님께는 큰 돈이였을 텐데 감사함보다 ‘이그 좀더 주시지’ 했던 못된 마음이 생각나 죄송합니다. 명절 아침이면 새벽부터 일어나 ”왜들 일찍 안 오는지 모르겠네“ 하시던 아버님은 아마도 큰며느리 홀로 새벽부터 부엌에서 수고하는 안스러움을 그렇게 표현하셨을 텐데 감사하기는커녕 역정내시는 소리가 듣기 싫어서 ”올 때 되면 오겠죠“ 하고 퉁명스럽게 대꾸하던 모습이 생각나 죄송합니다. 그때는 잘 모르던 하지만 앞으로 오래도록 기억날 일상의 소소한 감사들이 많이 그립지만 추억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가족들과 아버님 이야기를 나누며 이번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리라 몇 번을 다짐하고 간단히 먹을 것은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장을 보며 마트를 한바퀴 돌다 보니 어느새 카트에 담겨진 재료들은 그전과 별반 다를 것이 없이 가득했습니다. 익숙함을 떨쳐버린다는 것은 그리 쉬운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잔뜩 장을 보고 돌아와서 혹여 누군가 벨을 누르지는 않을까 내심 기다리고 있었나 봅니다. 제사를 지내지 않겠다고 선포했던 그날의 감격보다 아무도 오지 않는 명절의 어색함으로 마음은 몹시 불안했고 홀가분하게 지내고자 했던 생각과는 다르게 아주 불편한 마음으로 엉망이 된 명절을 보내며 무엇보다 비신자 가족들 하나 마음에 품지 못하고 ‘그동안 난 할 만큼 했어’ 하며 억지 위로를 하며 밀어내고 있는 제자신이 너무 초라해 보여서 슬펐습니다.
하지만 우리 주님이 제게 든든한 지원군을 주셨습니다. 범진이와 소희와 함께 준비된 재료로 전을 붙이고 음식을 준비해서 맛있는 저녁을 먹고 가정예배를 드릴때 주님은 슬픔을 기쁨으로 바꿔주셨습니다. 가구는 집에 들여 놓지만 가족은 마음에 들려 놓아야 하는 것을 깨닫게 하셨고 우리 가족 통해 다시 그 자리에서 주님의 일을 위해 재헌신하게 하신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리 식구들이 신앙안에서 굳게 서 있고 복된가정으로 하나님이 축복하셨으니 믿음의 큰 유산 세가지를 기억하며 이제 우리자녀들에게 반드시 신앙의 유산을 남겨 주기위해서 무엇을 해야할까? 그간 잠시 미뤄두었던 가정예배를 회복해야겠다는 마음을 주셨습니다.
조재호 목자님과 아직 결정하지는 못했지만 주일저녁 7시로 가정예배시간을 정하면 어떨까요? 그리과 사랑과 화목의 유산을 나눠주기 위해서 무엇을 할까? 서로 도와주고 감사하며 자신의 감정을 나누며 소통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부모가 먼저 자녀들이 순종할 수 있도록 본을 보이고 자녀들도 부모에게 순종하기를 약속하며 나누는 동안 저도 아이들도 가족을 마음에 들려놓기 위한 떨림과 감동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엄마아빠를 위한 간절한 기도를 하는 범진이와 소희를 통해 우리가정에 소망을 보게 하셨고 행복을 보여주셨습니다.
끝으로 혈통적 가족이상의 가족이 무엇인지 먼저 본을 보여주시며 연약한 우리가정을 응원해 주시는 우리 목사님과 사모님 존경하고 감사합니다. 부족한 목자목녀를 위해 자리를 함께 해 주며 어느새 우리부부의 마음에 들어온 우리에게 너무나도 소중한 4교회 목장 가족들 모두 사랑합니다. 특별이 누구라서가 아니라 작은 표정에도 제 마음이 움직이게 되는 걸 보면 이미 가족이상의 가족이 된 행복가족 여러분 모두 사랑합니다. 무엇보다 부족한 우리가정을 축복하시고 다음세대에 믿음이 계승되도록 인도하신 하나님 아버지께 모든 영광을 올려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