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두마게티 단동선을 마치고
(13 랑깜목장) 최현영, 2023년 12월 24일
안녕하세요. 블레싱어즈로 섬기고 있는 13교회 랑깜목장의 최현영입니다. 이 자리를 통해 두마게티 단기동역 선교에서 받은 은혜를 나눌 수 있도록 인도하신 하나님 아버지께 먼저 감사드립니다.
선교를 가야지 하고 결심한 건 사실 도망에 가까웠습니다. 누가 왜 가냐고 물어보면 첫 해외여행이 선교이면 의미 있을 것 같았다고 잘 포장해서 말했지만 가장 큰 목적은 도망이었습니다. 언젠가부터 반복되는 공부와 일, 성과 중심의 삶이 지겨웠으나 딱히 다르게 사는 방법을 정말 모르겠어서 나는 그냥 열심히 살고자 했을 뿐인데 왜 이렇게 힘들지 하고 인생의 방향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 시기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선교를 핑계로 모든 것을 외면하고 도망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조금 신앙적인 생각으로 해외라는 낯선 환경이라면 정말 새로운 은혜와 소망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했습니다. 그렇게 왜 가는지, 가서 뭘 얻을 건지도 없이 두마게티행을 결정했습니다. 아참, 첫 해외여행이라고 말했더니 비행기는 신발을 벗고 타야 된다고 조언해주신 분들.. 저 다 기억하고 있는데요 ^^ 증말 감사합니다^^
드라마를 너무 감명 깊게 보면 머리 속에 내내 선명하게 기억나듯이 단동선이 저에게 그런 인생 드라마 같은 기억이기 때문에 에피소드 몇 가지를 뽑아서 정리를 해보았습니다. 편집이 아까울 정도로 1초 단위마다 명장면이었지만 궁금하시면 저한테 전화하지 마시고^^ 다음 주인공이 직접 되어보시길 바랍니다.
단동선의 첫번째 에피소드는 브리트니 목자님입니다. 블레싱 교회의 모든 목자님들과 사역자분들이 정말 한분한분 특별했지만 저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목자님은 브리트니 목자님이었습니다. 의대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의전원 진학을 앞둔 상황에서 도시인 마닐라나 세부에 있는 의전원을 선택하지 않고 목장을 위해 필리핀 중에서도 시골인 두마게티에 남는 것을 선택했다는 말을 듣자마자 저는 예고도 없이 눈물이 터져 나왔습니다. 복합적인 감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첫 번째는 왜그랬을까.. 하는 안타까움이었고 두 번째는 형용할 수 없는 대단함이었고 세 번째는 저를 돌아보며 내 목표만 추구하며 살았던 나는 뭔가, 하는 회개의 눈물이었습니다. 브리트니 목자님은 여전히 vip의 영혼을 구원하는 목자님으로서, 그리고 현재 두마게티 의전원에서 장학금을 받으며 멋진 예비 의사 선생님으로 살아가고 계십니다.
두번째 에피소드는 스타렉스 이동목장입니다. 셋째날 쯤, 점심을 먹고 이동하려는데 갑자기 사모님께서 에어컨이 나오는 시원한 스타렉스 차량으로 오라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두마게티에서 내내 타고 다니던 에어컨이 없는 개방형 승합차가 에어컨 뻥빵한 현대식 스타렉스 차보다 너무 마음에 들었고 좋아서 한사코 정말 괜찮다고 괜찮다고 거절했지만 끝까지 타라고 타라고 하셔서 ‘아니 내가 괜찮다는데 왜 이렇게까지..?’ 하며 우선 탔습니다. 그리고 1분 뒤, 차가 출발하며 대뜸 선교사님의 두퀴즈가 시작되었고 스타렉스 목장이 시작됐습니다.
스타렉스 목장은 이동 중에 차량에서 하는 목장이었는데요, 기존의 목장과 조금 다른 묘미는 선교사님이 하시는 질문에 대답을 하면 저의 나눔 듣고 나서 피드백을 해주시는 것이었습니다. 선교사님께서 저에게 하신 질문들은 단동선에 오게 된 계기, 신앙생활을 어떻게 시작했는지, 선교를 준비하며 힘들었던 것, 이번 선교를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였습니다. 저는 질문에 충실히 대답하였고 저의 나눔을 다 듣고 선교사님께서 ‘현영 자매님이 믿음이 좋으시네요’ 라는 충격적인 피드백을 하시는 바람에.. ‘어.. 그럴 리가 없는데요..,..’ 라고 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목사님께서 ‘현영아, 제발 좀 그랬으면 좋겠다’ 라고 해주셔서 교만해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ㅋㅋ 또한, 선교사님께서 저보고 ‘여기 와서 주님이 주시는 음성을 잘 듣고 순종하면 좋은 일이 있을거라고’ 피드백을 주셨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까지도 저는 기대보다는 ‘그런 일이 일어나긴 할까..?’ 하며 아직 주님의 음성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세번째 에피소드는 찬양 버스킹입니다.
주일 전날 잠시 두마게티섬의 해변의 밤 바다를 볼 시간이 있었는데 마침 다음날 주일에 행복 특찬이 예정되어있던 저희는 연습을 언제해볼까 하다가 바쁜 스케줄속에 단동선팀 모두가 또 다 같이 모여서 찬양 연습을 하기는 어려우니 바다에 도착해서 한 번 불러보기로 하였습니다. 그때까지는 그냥 가볍게 한 번 맞춰보겠구나 생각했었는데, 막상 내려서 바다 앞에 있는 광장 한복판에서 연습을 한다고 생각하니 예상 외로 너무나 낭만적이게 느껴졌습니다. 마치 버스킹을 하는 것처럼 생각이 되어서 즐거움과 설렘에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바닷가 광장에 오가는 많은 사람들 속 부르는 찬양, 느껴지는 자유로움과 행복.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불현듯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주님이 주시는 음성에 대한 힌트를 조금 느꼈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 에피소드는 마지막 날의 감사와 결단입니다. 마지막 날, 블레싱 교회에 다 같이 큰 원 모양으로 둘러 앉아서 우리들의 감사와 결단을 두마게티 땅에 심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때, 단동선 기간 동안 받았던 은혜들이 깨달아지면서 정리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주님께서 나에게 보여주시고자 했던 것, 알려주시고자 했던 것. 단동선을 통해 찾은 감사는 한국에서 저는 ‘뭐’가 되어야 할까가 가장 중요했고 그래서 그 ‘뭐’가 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고, 불행한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선교 기간 내내 하나님 일에 집중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모든 것이 내려 놓아지고 완전히 하나님 품에 있게 되어보니 불안도, 두려움도, 조급함도 없는 자유와 행복만 가득했습니다. 눈물이 나면 울고 웃음이 나면 웃고, 사람들과 진심으로 교감하며 행복해하는 나의 모습. 제가 잊고 있던 모습을 찾아주신 것 같았습니다. 성과에 집착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던 자유로운 나의 모습. 이게 진짜 너 아니었니? 이게 네가 찾고 있던 잃어버린 너 아니었니? 이것이 하나님께서 나에게 주신 음성이구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나의 삶이 어떤 방식으로든 하나님의 일을 하는 것이었으면 좋겠다, 그것이 결국 행복한거니까’ 라는 결단을 내어놓고 왔습니다. 그것을 위해서 한국에 돌아가도 여기서 받은 은혜를 잊지 않고 연단의 과정을 잘 견디겠다고 하나님께 다짐하고 왔습니다. 아무런 이유와 목적 없이 왔던 선교지에서 하나님은 행복의 가치와 행복의 근원이 하나님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제가 잃어버렸고 가장 찾고 싶었던 가치였습니다.
다시 한국에 돌아오니, 많은 것이 바뀌었습니다. 단동선이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되었지만 제가 너무 아쉬워하는걸 아셨는지 에필로그를 준비해 두셔서 다녀와서도 여전히 선교의 감동으로 살 수 있게 해주셨습니다.
한가지 일화로는, 귀국한 주 금요일에 1학년 수업이 있었는데 마침 첫눈이 내렸습니다. 단동선의 은혜와 낭만으로 가득차버린 제가 먼저 ‘어머 얘들아 눈 온다’고 좋아하며 조용히 수업자료를 끄고 유튜브로 들어가서 크리스마스 캐롤을 틀어주었습니다. 들떠있는 아이들을 보며 선교지에서 즐거워하는 나를 보는 하나님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다시 한번 그 사랑에 감동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다녀와서도 선교의 은혜를 묵상하며 인생의 기준도 뒤집혔습니다. 선교를 통해 하나님은 나를 벌주시고 두렵게 만드는 분이 아니라 행복하게 만들어 주시는 분이시며 행복한 저를 보고 기뻐하시기 때문에 하나님이 주시는 행복으로 살아가는 것이 제 인생의 기준이 되었습니다.
하나님과 가까이 있다고 느끼는 지금 현재가 너무 행복하고 감사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그분의 선하심과 주권을 믿고 맡기려고 합니다. 하나님께서 인도하시는 길에 저의 행복이 있다고 확신합니다.
훌륭한 리더십과 재치로 단동선 기간 내내 17명을 안전하게 케어해주신 총무 이재승 형제님과 세심하고 똑부러지는 일당백 업무처리 능력을 가진 회계 한정민 자매님, 유창한'듯'한 영어 실력으로 선교 기간 내내 든든한 인간 번역기가 되어준 2팀 리더 신어진 형제님 덕분에 더욱 편안하게 은혜를 경험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수고와 헌신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선교 기간 내내 함께 동고동락하며 이번 단동선팀장이신 임선수 장로님을 비롯한 17명의 단동선 팀과 함께여서 정말 행복했고 감사했다고 사랑의 마음을 전합니다. 주님 안에서 너무 좋은 추억을 만든 것 같아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항상 저희를 위해 가장 좋은 것을 주시기위해 애쓰시는 목사님과 사모님께도 존경과 사랑의 마음을 전합니다. 끝으로 이 세상 어디에도 없을 두마게티 단기동역선교 인생 드라마에 누구보다 사랑하는 엄마와 함께 보고 배울수 있도록 저를 캐스팅 해주신 하나님 아버지께 모든 영광을 올려드립니다. 하늘 복 많이 받으세요. 감사합니다.